2016년 9월 23일 금요일

바람이 불었다. 그 바람의

바람이 불었다. 그 바람의 결을 타고 흩날리는 긴 수발은 기이하게도 석양의 타오르는 듯한 노을과도 같은 적발(赤髮)이었다. 그리고, 수초(水草)처럼 휘날리는 적발 사이로 언뜻 드러나는 얼굴… 놀랍게도 거기에는 여인의 옥용이 자리해 있는 것이 아닌가? 초생달같이 그윽하게 휘어져 있는 타오를 듯 붉은 적미에 봉황(鳳凰)의 그것인 양 미려한 봉목, 거기에, 미답(未踏)의 설원(雪原)을 보듯 새하얀 피부와 백학의 유려함을 보는 듯한 우아한 목줄기의 곡선… 폭발하려는가? 목 밑의 육중한 철갑주 속에 감춰진 저 거대한 육봉의 풍만함은 지상에서 가장 강한 철강인 묵철금강모(墨鐵金剛母)로 제련된 갑주를 뚫어 버리고 솟구쳐 오를 듯 육중하기 그지없게 솟아 있었다. 그 아래로 급격히 조여지는 허리는 그대로 한 줌의 세류요(細柳腰)였다. 만월을 보듯 풍염하고 미려한 둔부의 곡선조차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. 여인의 옷차림은 선정이기조차 했다.

댓글 없음:

댓글 쓰기